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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위하여展, 인사미술공간, 서울
미술을 다시 드넓은 인간학(人間學)의 스펙트럼과 결부시키기 심상용 (미술사학 박사, 동덕여자대학교) 드넓은 인간학(人間學)의 스펙트럼 미술전시의 부제가 ‘문학을 위하여’라니 의외다. 일종의 반란 같은 것일까? 회화는 조각적이어선 안 되고 조각은 회화적이어선 곤란하다는 게, 철학은 몰라도 연극이어선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게, 시(詩)나 에세이, 선동조거나 논설조여선 곤란하다는 게 정설화된 근현대미술의 미학적 행간이지 않았던가. 풍상을 겪긴 했지만, 모더니즘의 유산은 여전히 건재한 편이다. 도처에서 가장 회화적인 회화, 회화 이외의 차원이 배제된 회화는 여전한 강령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그러므로 랭보나 헤밍웨이, 조정래의 언급을 넘어, 아예 문학 장에 스스로를 활짝 열어젖힌 최진아의 행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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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위하여展, 인사미술공간, 서울
최진아_문학을 위하여 박천남(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전통적인 책의 형태가 아닌, 이런저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에 올리고 남기는 글들에 대한 지적 저작, 즉 디지털 유산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서서히 일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와 관련한 관리 서비스가 등장했다고 한다. 간단한 글들이 대부분이지만, 제법 심각한(?) 분량과 전문적인 내용, 관련 답글들은 때론 지상 세미나 중계를 방불케 한다. 한데 묶으면 몇 권의 책이 나올 수 있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분명한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책은 여전히 인기다. 그 종류와 형식도 갈수록 다양하다. 바야흐로 책의 홍수, 말씀이 넘쳐나는 시대다. 대표적인 아날로그 유산, 대표적인 지적 저작이 바로 책이다. 책과 문학은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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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홀릭’한 존재 의 ‘홀릭’한 존재 조광제 “입으로 불을 호흡하는 괴물, 이 괴물은 여러 동물들로부터 가져온 부분들로 구성되어 있다. 뱀의 머리를 매단 꼬리를 지닌 사자의 몸을 지니고서 등뼈의 한가운데에서부터 염소의 머리가 솟구쳐 있다.” 호메로스가『일리아드』에서 불멸의 괴물인 키메라에 대해 묘사하고 있는 내용이다. 작가 최진아의 예술 세계는 바로 이러한 키메라를 닮았다. 그녀의 예술혼은 키메라처럼, 공기를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불을 호흡한다. 공기가 유행이라면, 불은 그 유행을 가로지르는 근본적인 의미일 것이다. 키메라가 호흡하는 불이 여러 동물들의 생명을 한꺼번에 유지하듯이, 그녀가 호흡하는 예술혼의 불은 각기 그 차원이 달라 보이는 그녀의 작품 세계를 다양하게 열어젖히게 한다. 키메라의 몸통을 이루는 강렬한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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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의 재구성과 쾌락적인 독서
의미의 재구성과 쾌락적인 독서 고충환 미술평론가 의미의 재구성.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 사실은 자기 마음대로 읽는다. 저마다 인문학적 소양과 배경과 수준이 다르고, 그 다른 관점으로 책을 읽기 때문이다. 저자의 텍스트는 독자의 독서행위에 의해 그 의미가 변질되는데, 독자의 인문학적 지평과 저자의 인문학적 지평이 융합되기도 하며, 나아가 독자는 아예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텍스트를 읽기조차 한다. 이 읽기과정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 소위 열린 텍스트며, 하이퍼텍스트 개념이다. 바로 이 지점으로부터 저자의 죽음 논의가 설득력을 얻는다. 즉 텍스트의 의미가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지점을 저자가 아닌 독자로 본 것이다. 롤랑 바르트는 이때의 독자를 능동적인 독자, 적극적인 독자, 쾌락적인 독자라고 부른다...